마약이 지배하는 세상 - 스캐너 다클리 A Scanner Darkly 필립K딕의 '스캐너 다클리'를 처음 접하게 된 건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동명 영화였다. 실사 영화에 애니메이션을 입혔던 특이한 영화인데, 배우는 키아누리브스, 로버트다우니주니어, 위노나라이더, 우디해럴스였고, 감독의 전작으로는 비포선라이즈가 있었으니 꽤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캐너 다클리가 원작 소설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고,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은 후 분위기를 전환 할 겸 이 SF소설을 선택하였다. SF소설이라고 했지만 사실 현재에 가까운 미래를 시점으로 하는 듯 한데, 사회는 마약에 찌들대로 찌들어 통제불능 상태가 된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통제를 벗어난 마약 세계 소설의 첫 인상은 꽤 더럽다. 아니 상당히 혼란스럽다고 해야겠다. 약에 취해 온몽에서 벌레가 나온다고 떠.. 내가 나답게 산다는 것 - 가재가 노래하는 곳 Where The Crawdads Sing 2019년 화제의 중심에 선 뜻밖의 소설이 있다. 작가 델리안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 소개글에는 리스 위더스푼이 홍보하면서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땐 그렇지 않았더라도 분명 입소문을 타고 화제작 반열에 올랐을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다. 우선, 작가의 경력 때문인지 소설의 배경인 습지와 주인공 카야의 삶이 상당히 설득력있었고, 인상깊게 느껴졌다. 그리고 스토리텔링 또한 손색이 없었기에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고, 카야의 세계에 쉽게 동화될 수 있었다. 습지 소녀 카야의 성장과 사랑 이야기 이야기는 막 집을 떠나는 엄마를 바라보는 소녀의 슬픈 시선에서 시작한다. 엄마는 평소 아끼던 구두를 신고, 옷도 잘 차려입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떠난다. 그리고 주인공 소녀 카야의 애처로운 .. 우리 각자의 연을 띄우며 - 노르망디의 연 Les Cerfs-volants 로맹 가리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가장 먼저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을 쓰고 선보인 '자기 앞의 생'이 있었고, 이번 작품 '노르망디의 연'은 로맹 가리라는 본명으로 1980년에 출판한 것이다. 노르망디의 연은 1930~40년대 독일 나치 시대 프랑스의 한 마을을 풍경으로 소박하게 살아가는 촌뜨기 소년 뤼도와 조금 정신이 나간 집배원이자 뤼도의 삼촌인 플뢰리의 생존과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창하게 전쟁의 잔혹한 풍경이나 비극적인 인물의 운명 같은 걸 그린 작품은 아니고, 무채색의 그림같은 잔잔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사실 너무 잔잔하다. 졸릴 정도로) 주인공 뤼도는 전쟁 전 알게 된 폴란드 귀족가문의 딸 릴라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녀 주변엔 독일인 한스, 사촌 브뤼노, 아나키스트인 .. 잊힌 책들의 묘지에서 만난 작품 - 바람의 그림자 La Sombra Del Viento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여행을 추억하는 요즘 스페인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책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구글링으로 어렵지 않게 찾아낸게 '바람의 그림자'란 소설인데, 스페인 출신의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2001년작으로 유럽에서는 진작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고, 영어로 번역된 후엔 미국과 영국에서도 백만부 이상 팔린 작품이라 한다. 1930~50년대 바르셀로나를 사실주의 묘사로 담아냈다고 하여 시간여행을 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읽어보았다. 1930년대 바르셀로나 여행은 뜻밖에도 그 때가 스페인 역사상 가장 암울했고 비극적이었던 시대임을 알게 해주었다. 첫 장, 한남자와 아들이 음산한 람블라스 거리를 걷는데, 난 도시의 차갑고 묵직한 공기를 느끼며 조심스레 그들의 뒤를 밟았다. 1930년대, 암울했던 스페인 바.. 영화보다 잔혹한 스티븐킹의 걸작 호러 - 미저리 Misery 스티븐킹 소설 '미저리'는 참 기대를 많이 했던 고전 스릴러 작품이다. 영화로도 더 유명해서 미저리 하면 케시베이츠의 얼굴이 딱 떠오를 수 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미저리를 케시베이츠가 연기한 캐릭터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다. (미저리는 소설 속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 로맨스소설의 여주인공이다) 내용은 영화를 통해 또는 패러디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다고 할 수 있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다르다. 소설 '미저리'는 주인공인 소설가 폴이 무의식 중에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눈폭풍 속에서 운전 중 사고를 당하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간호는 받는 중이다. 그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은 바로 그의 흥행소설 '미저리' 작품의 넘버원팬을 자처하는 애니라는 여성인데 한적한 산속 외딴 집에서 그를 극진히 돌보지만 .. 살면서 꼭 읽어야 할 소설 - 스토너 Stoner 스토너를 선택하게 된 건 정말 순간의 일이었다. 스티븐킹의 '욕망을파는집'을 다 읽은 후 서점에서 마감시간에 쫓기며 급하게 고른, 정말 별 생각없이 초판본으로 발간한다는 카피문구 하나 때문에 구입을 하게 된 것이다. 얼마나 괜찮길래 초판본으로 나왔다는 걸 홍보하지 하는 생각이 컸고, 지금 돌이켜보면 이렇게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책을 골라 읽는 것이 처음인 듯 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놀라우리만치 평범한 이야기로 첫장부터 끝장까지 빠져들게 만드는 특별하고 위대한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정말 평론가의 말처럼 할 말이 너무 많아 제대로 시작할 수조차 없다. 결국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스토너는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는 미국 중부지역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고, 큰사람이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 더글라스 케네디 - 오후의 이자벨 Isabelle In The Afternoon 미국인들에겐 프랑스에 대한 어떤 환상이 있는 듯 하다. 특히 프랑스 여자에 대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오후의 이자벨'은 풋내기 미국 청년이 파리에서 15살 연상의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고 오랜 세월 그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용을 그린다. 여기서 이자벨은 프랑스 귀족집안의 나이든 남자와 살면서 어린 미국 청년과 뜨거운 밤을 보내는 것에도 관대한 오픈마인드의 프랑스 여성으로 나온다. 공감하기 어려운 이자벨과 샘의 사랑 이야기 소설은 시작부터 끝까지 섹스로 시작해서 섹스로 끝난다. 물론 이런저런 미사여구를 써가며 그들의 행위가 진짜 사랑이라 포장하지만, 내가 볼 땐 어리숙한 남자가 진짜 뜨거운 밤을 보낸 이후 연상녀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평생을 가정도 못지키며 사는 멍청한 남자라 생각한다. .. 하늘에서 떨어진 돈다발, 살인의 시작 - 심플 플랜 A Simple Plan 얼핏 보면 자기계발서 같은 제목의 스릴러 소설 '심플플랜'은 스티븐킹 키즈로 불리는 스콧스미스의 첫 장편 소설이자 샘레이미 감독의 동명영화 '심플플랜'의 원작이기도 하다. 근래 스티븐킹 소설에 빠져 읽다가 잠시 눈을 돌려볼 마음에 그가 극찬한 작가의 데뷔작에 눈이 갔고, 심지어 이블데드, 스파이더맨, 드래그미투헬의 샘레이미 감독이 선택한 작품이라 아주 튼튼한 신뢰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무한신뢰 속에 소설을 읽었고, 미네소타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작은 소동이 대환장살육파티로 변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본성에 대한 신랄한 메세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눈 속에서 발견한 돈다발, 비극의 시작 아마 한화로 56억 정도 될 듯 하다. 현제 시세로 계산해보니 그렇더라. 아무튼... 작은 동네에서 회계.. 너의 욕망을 채워주마 - 욕망을 파는 집 Needful Things 스티븐킹 소설에 푹 빠지기 시작한 건 최근에 나온 ‘잠자는 미녀들’부터이다. 즉, 제대로 읽어본 스티븐킹의 소설은 전혀 없었다는 뜻이다. 사실 그의 작품은 소설보다는 영화로 접한 경우가 더 많았다. 다행히도 영화들은 내 취향에 딱 맞는 고전적인 호러 스타일이라 스티븐킹 원작의 영화들을 반기는 편이었다. 영화의 신뢰가 작가에 대한 신뢰로 옮겨지다 보니 점점 그의 작품을 소설로 접할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욕망을 파는 상점, 영엽 시작 욕망을 파는 집은 90년대 초반에 나온 작품으로 캐슬록이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삼으며 크게는 가톨릭교와 침례교로 나뉘는 보수적인 이 마을이 어떻게 피비린내나는 살육의 현장으로 바뀌는지를 흥미로우면서 적나라하게 이야기를 펼친다. 캐슬록 마을에 새로 문을 연 니드풀싱.. 네 번째 원숭이 The Fourth Monkey J.D바커의 스릴러 소설인 '네 번째 원숭이'는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마크웹 감독이 드라마로 만든다는 소식을 책 홍보 카피 문구로 사용 중이다.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은 3년 전에 나온 건데 이후 뉴스가 없다. 이거 드라마로 만드는 건 맞긴 함?? 단순한 전개와 인물 구성으로 읽기 편한 추리 스릴러 아무튼, 잔인하고 스릴넘치는 소설을 찾던 준 카피 문구에 혹해 구입해 읽은 책인데 일주일 정도 살인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지낼 수 있어 좋았다. 추리소설 치고는 금방 읽어 나갈 수 있을 만큼 구성이 심플하고 전개도 빠르다. 주인공 샘포터가 5년째 잡지 못하는 연쇄살인마 4MK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매번 은밀하게 죄를 지은 대상의 가족을 겨냥하여 잔인하게 죽여 신체 일.. 정유정 데뷔 소설 -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작가의 작품 중 에세이를 제외하고 모든 장편 소설을 다 읽어보게 되었다. 처음 '7년의 밤'을 통해 알게 된 정유정 스타일의 스릴러가 내 구미에 딱 맞았고, 이어서 찾아본 '종의 기원'은 사이코패스의 자아가 된 듯한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어 소설 '28'에 와서는 인수전염바이러스로 인한 인간의 잔인한 모습을 생생하게 목도하였다. 아마 '28'에서 정유정작가에 대한 신뢰가 정점을 찍은 듯 하다. '진이,지니'를 통해서는 뭔가 잠시 쉬어가는 듯 그동안의 템포를 늦추고, 유인원과 인간의 교감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지만 그동안 보아온 정유정스러운 작품은 아니란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결국 그녀의 네임벨류의 시작과도 같은 세계문학상 수상의 '내 심장을 쏴라'를 만나게 되었다. 한 작가의 작품을.. 김진명 장편소설 - 직지 아모르마네트 정유정 작가의 신작 '진이,지니'를 읽고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찾던 중 이름은 많이 들어봤으나 평소 손이 가지 않았던 김진명 작가의 최신작 '직지'를 골라보았다. 김진명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때부터 익히 알고 있던 작가였지만 책을 고른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소설 '직지'는 총 두권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양을 보면 사실 한권으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분량이라 생각한다. 어쨋든 새로운 소설에 목마른던 내게 갈증해소로 딱 좋은 소재이자 적당한 분량이었다. 잔인하게 살해된 한 교수의 사건을 취재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여느 소설이 다 그렇듯 미스테리한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파헤치면서 거대한 음모를 밝히는 통상적인 전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픽션과 논픽션을 섞어 마치 '다빈치코드'처럼 논쟁거리가 될 만.. 존R.브링클리 사기꾼의 실화 - 돌팔이 의사 Charlantan 소설 '돌팔이 의사'는 사이비 의사들이 활개치던 미국의 1900년대 시절, 염소고환을 이식하는 근본없는 수술을 시행한 브링클리라는 희대의 사기꾼과 그를 잡기 위해 추적하는 인물 피시바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게 소개된 책이라면 당연히 사기꾼의 활약과 이에 맞서 대결하는 자의 이야기가 숨가쁘게 펼쳐질 것 같은데, 이 작품은 정말 건조하게 에피소드를 토막토막 성의없이 던져준다. 여느 소설처럼 이야기가 전개된다기 보단 브링클리의 사건이 띄엄띄엄 나열이 된다. 물론 이야기의 큰 줄기는 있지만, 드라마나 풍자를 기대한 내겐 그저 밋밋한 다큐같이 느껴졌다. 한편 브링클리라는 이 돌팔이 의사는 단순한 사기꾼이 아니라 미국의 한시대를 이끈, 특히 라디오 방송과 광고산업에 두각을 보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선구자.. 정유정표 특급 스릴러 소설 - 28 서점을 가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외국소설'코너의 더글라스케네디 신작과 '국내소설'의 정유정 작가의 작품들이다.'7년의 밤'을 시작으로 '종의 기원'을 거쳐 이번에 고른 '28'은 정유정 작가가 가지는 인간에 대한 테마와 특히 사이코패스라 할 수 있는 캐릭터의 진화 과정을 볼 수 있다. 출간 순서로 보자면 이 세작품 중 '종의 기원'이 가장 마지막인데, 그 작품은 아주 근원적인 인간의 악을 묘사하고,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심리로 이야기를 풀어낸 아주 섬뜩한 소설이다. 정유정표 특급 스릴러, 이번엔 전염병이다 이번에 읽은 '28'은 인수공통전염병이 화양이라는 작은 도시에 퍼지며 벌어지는 리얼리티 재난 드라마라 할 수 있겠다. 재형이라는 개썰매 선수가 알래스카에서 화이트아웃에 걸려 길을 잃고 심지어 그가 .. 정유정 스릴러소설 - 7년의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원작의 스토리가 탄탄하고 세밀한 심리 묘사나 실감나는 배경 때문에 책을 덮는 순간까지 세령호의 비극에 내가 직접 휘말리는 느낌이다. 소설의 시작은 사형선고를 받은 아버지의 아들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아 거처를 매번 옮기며 사는 서원이라는 아이. 그 아이의 기구한 운명의 시작이 어떻게 된 것인지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령호는 사람잡아먹는 호수라는 소문이 든 외진 마을에 있는 인공 댐 호수이다. 이 곳에는 호수 옆 수목원 주인이자 치과의사인 오세영과 그의 딸 오세령이 있다. 집착증과 편집증이 있는 오세영으로부터 부인은 이미 프랑스까지 도망을 친 상황. 이 평범하지 않은 가족으로부터 사..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