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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독서/소설

네 번째 원숭이 The Fourth Monkey

J.D바커의 스릴러 소설인 '네 번째 원숭이'는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마크웹 감독이 드라마로 만든다는 소식을 책 홍보 카피 문구로 사용 중이다.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은 3년 전에 나온 건데 이후 뉴스가 없다. 이거 드라마로 만드는 건 맞긴 함??


단순한 전개와 인물 구성으로 읽기 편한 추리 스릴러

아무튼, 잔인하고 스릴넘치는 소설을 찾던 준 카피 문구에 혹해 구입해 읽은 책인데 일주일 정도 살인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지낼 수 있어 좋았다. 추리소설 치고는 금방 읽어 나갈 수 있을 만큼 구성이 심플하고 전개도 빠르다.

 

주인공 샘포터가 5년째 잡지 못하는 연쇄살인마 4MK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매번 은밀하게 죄를 지은 대상의 가족을 겨냥하여 잔인하게 죽여 신체 일부를 하나씩 배달하는 엽기 살인마와의 승부를 그린다.

 

여느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이 범죄자가 사고로 죽은 것으로 시작을 한다. 그리고 그가 남긴 일기를 통해 어떻게 한 소년이 연쇄살인마가 되었는지 그 성장과정을 현재 시점과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마지막 희생량이 될 수 있는 한 소녀를 찾기 위해 샘 포터는 범인의 일기를 읽으며 단서를 찾아 나간다.

네번재원숭이 해외판 표지

재미있는 점은 일기 속 이야기가 사건보다 재미있다 보니 어느새 나도 일기에 빠져들어 범인의 은밀하고 엽기적인 사생활을 들춰 보는 재미에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나름의 반전과 범인의 실체가 밝혀지며 치닫는 마지막 상황은 살짝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가볍게 읽기 좋은 추리 소설 작품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단점을 집고 넘어가자면, 아이러니하게도 읽기 쉽다는 점이 문제인데...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 치고는 구성이 참 단순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로지 주인공과 딱 한가지 사건에만 집중하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관계나 사건이 복잡한 구석이 하나도 없고,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을 심도 있게 그려내지 못했다고 느낀다. 각 챕터명이 인물 이름이다 보니 이야기에 집중하긴 좋으나 솔직히 내용 전개상 긴장감을 주는 효과는 덜하다.

그리고 과거 사건들을 굳이 조명하지 않다보니 오랜 시간 연쇄 살인마를 쫓아온 주인공의 망가진 처지나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간절함 같은걸 느낄만한 점이 없다. 보통 인물들이 하나둘 죽으며 사건이 점층적으로 발전을 하는데 여기선 마지막 희생자에만 집중을 하고, 범죄자의 일기로 그의 행위를 대변한다.

살인마의 잔인성이나 사건의 전조를 통해 느낄만한 스릴감이 부족했던 게 가장 아쉽다.

네번째원숭이 해외판 표지

단조로운 사건 대비 그의 소년시절 이야기는 꽤 황당하다. 그 자체로 흥미로운 구석이 많지만 그의 악마성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는 점이나 엄마가 그를 버리고 떠난 것에 대한 트라우마 같은 게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의 살인을 이해시키기엔 설명이 턱없이 부족하다.

아버지가 죄짓는게 나쁘다고 가르쳐서? 아니면 온 가족이 애초부터 사이코패스였나? 연쇄살인마라는데 앞의 희생자들은 마지막 희생자와 비교하면 당위성이 떨어지지 않나? 자꾸 상상만 하게 만드네...

살인마야말로 소설의 주인공인데, 행위를 납득할 만한 거리가 없다보니 여전히 '왜'라는 물음에 답은 못한 채 엽기적인 상황 자체만 부각하는 듯했다.


'세븐'과 '양들의 침묵'을 합친 스릴러라고? 옳지 않아

마지막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전개와 일기를 통해 살인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교차되는 지점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하였지만, 화룡정점이 될 만한 악마의 탄생과 사건의 실체가 서로 교차되는 클라이맥스도 없었다.

아무튼, 난이도 하(下) 정도의 추리소설이고, 여러 후기와 다르게 심하게 잔인하지도, 스릴이 넘치지도 않다고 본다. '세븐'과 '양들의 침묵'을 합쳐놓은 스릴러라는 서평은... 절.대. 옳지 않다. (게다가 국내판 책 표지가 이게 뭐니...)

잔뜩 기대를 했는데... 참 아쉽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또 다른 스릴러를 찾아봐야 하겠다.

*** 근데... 일기 속 사건들은 영상으로 잘 연출하면 상당히 기괴한 유년시절을 그릴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정말 드라마로 나온다면 그런 부분은 기대해 볼 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