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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로마노프의 모든 것 - 블랙위도우 Black Widow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이미 희생을 한 나타샤 로마노프가 단독 캐릭터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미 어벤져스 에이지오브울트론 때 부터 블랙위도우의 단독 작품은 논의가 되어 왔는데, 우여곡절 끝에, 심지어 코로나로 개봉을 1년이나 더 늦춘 후에야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블랙위도우는 아이언맨이나 토르 처럼 단독 캐릭터 작품이다. 그런데 이미 소울스톤을 얻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죽은 캐릭터라 이제서야 작품이 나온 것이 조금 의아했다. 하지만 그 많은 어벤져스 작품들 속에서 우린 나타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해보면, 원년 멤버임에도 아직까지 단독 작품이 없었다는게 더 이상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나타샤 로마노프의 모든것을 보여주는 영화 '블랙위도우' 나타샤는 냉전시대에 탄생된 러시아 비밀..
바르셀로나처럼 사랑하라 -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Vicky Cristina Barcelona 우디 앨런이 사랑하는 도시 중, 이 곳 바르셀로나가 가장 사랑에 취하기 좋은 도시란 생각을 한다. 이름부터 혀에 착 감기는 몽환적인 발음을 가진 바르셀로나이기에, 두 미국 여성이 이 도시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 마법의 도시는 봉인되어 있던 그녀들의 감정을 해제시켜버린다. Life is short. Life is dull. Life is full of pain. And this is a chance for something special 바르셀로나의 한 술집에서 술을 즐기고 있는 이들에게 슬금슬금 다가오는 남자가 있었으니, 하몽하몽의 마초남 라울, 머리스타일만으로도 소름 돋게 하는 안톤 쉬거, 바로 하비에르 바르뎀(후안 안토니오 역)이다. 쳐다보는 눈빛과 걸음걸이까지, 처음 만난 두 미국 여성에게 중후한 매..
전쟁은 죽은자에게서만 끝난다 - 제로다크서티 Zero Dark Thirty 자정을 넘긴 30분. 제로 다크 서티 오사마 빈라덴을 잡기 위한 작전 시간이며, 영화의 마지막 30분을 바로 여기에 바친다. 영화는 작전을 마치고서야 긴 숨을 고를 수 있게 만든다. 마야는 12년간의 CIA생활을 오로지 오사마빈라덴을 잡기 위해 바쳐왔다. 9.11 테러 이후 끊임없는 폭탄테러뿐만 아니라 동료의 죽음까지 겪은 그녀는 결국 마지막 확신에 찬 작전에 돌입하게 된다. 초반 긴 고문씬에서 느껴지듯 영화는 테러와의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는 지독한 여정임을 암시한다. 처음 그녀의 등장은 고문 장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새로 발령받은 신참내기 요원이었다면, 살기 어린 눈으로 작전을 진행하는 마지막 모습은 절실하면서도 노련한 CIA 요원의 모습 그 자체였다. 모두들 반신반의하는 작전 상황에서 100..
누가 누굴 손가락질 해 - 일렉션 Election 오마하의 카버 고등학교에는 곧 학생회장 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여기엔 꼭두새벽부터 선거 운동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부지런한 여학생이 있다. 모두가 밥맛이라고 하지만 그런 것엔 아랑곳하지 않고 목표를 위해서만 질주하는 트레이시.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언제나 쟁취와 성공으로만 이루어진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녀의 맹목적인 질주는 지금 이 고등학교에서 절정에 달하고 있다. 여기 아주 도덕적이고 바른생활 이미지를 가진 선생님 짐 맥카리스터가 있다. 정갈한 옷차림새와 말끔한 외모를 가진 그는 학교에서 사회가 지향하는 바른 생활의 표본 같은 존재이다. 영화는 첫장면 부터 그의 근면함이 어필되고, 그의 강의실에서는 도덕과 윤리의 차이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여준다.(사실 도덕과 윤리의 차이를 강의하는데, 도대체 뭔 소..
비정한 비즈니스세계에서 꿈을 쏘아올리다 - 포드 v 페라리 Ford v Ferrari 타고났다는 건 축복일까? 버릴 수 없는 재능은 결국 켄 마일스를 르망 24 레이싱 경주로 이끈다. 전설의 이태리 명차 페라리와 대자본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을 장악한 거대기업 포드와의 대결은 표면적인 타이틀일 뿐이었다. 실상 영화는 켄 마일스와 캐롤 셸비의 자동차를 향한 애정과 헌신, 그리고 열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2차 세계대전에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전하기도 했던 전쟁영웅 켄 마일스는 어렸을 적부터 가졌던 자동차에 대한 애정과 레이서로서의 재능을 겸비했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후 카 튜닝숍을 운영 중이다. 벌이가 시원치 않아 넉넉히 지내지 못하지만 항상 그를 지원해주는 아내와 아들이 있다. '셸비 아메리칸'이라는 자동차 개조 수리 사업을 하는 캐롤 셸비는 한때 르망 24에서 페라리를 꺾고 우승을 했던 레이..
정의롭고 맹렬하게 - 밀정 정의의 '의'(義) 맹렬의 '열' (烈) 의열단의 정의는 이렇게 이름부터 과격하게 투쟁적 기치를 내걸고 시작된 단체이다. 약산 김원봉을 리더로 하여 13인의 독립투사로 시작된 이 단체는 지금까지 몇 편의 작품으로 소개된 바 있다. 이번 김지운 감독의 '밀정'은 1920년대 실제 발생한 황옥 경부 폭탄사건을 모티브로, 지금까지 나온 근대 배경의 영화들과는 다르게 한 인물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영화 속 이정출(송강호)은 실존인물 황옥의 캐릭터이며, 지금까지도 의열단원인지 일본 경찰의 밀정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인물이다. 영화에서는 이정출이라는 가상인물을 통해, 그가 대한민국을 변절한 친일파 경찰에서 의열단으로 변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 '밀정'은 시작부터 의열단의 전설적인 인물인 김상..
정말 인생은 운의 연속일까? - 매치포인트 Match Point 우리의 삶은 다짐하고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행위들의 반복이다. 이 일련의 행위들이 반복될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어떤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 노력은 날 배신하지 않는 다는 것. 노력한만큼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게 옳은 삶이라는 것. 하지만 인생은 이런 우리의 노력을 비웃는다. 그리고 말한다. 인생이란 그런 쉬운 공식이 아니라고. 그저 운좋게 흐를 뿐이라고. 어쩌면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관계는 단지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기 위한 변명같은 것 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납득을 해야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한국영화 곡성을 보고 한가지 확실한 메세지를 얻게 되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는 딱히 이유가 없을 수 도 있다는 것. 참 소름돋는 사실이다. 그저 운으로, 어쩌다가 이렇게 우리..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the Shape of Water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는 어떤 신화를 보는 듯하다. SF 판타지로 뒤범벅된 '반지의 제왕'같은 신화라기 보단 사랑의 기원을 노래하며 남자도 여자도 아닌 존재로 살아가는 '헤드윅'과 같은 현실에 존재하는 신화를 말한다. 영화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한다. 그때는 두 강대국이 치열하게 경쟁했던 시기이자 인간의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었다. 우주를 정복할 기세로 우주항공 경쟁에 힘을 쏟으며 기술을 훔치는 등 스파이의 활동도 많았던 그때, 이 요란한 상황과 관계없이 그 핵심 장소에서 묵묵히 청소만 하는 청소부들이 있었다. 주인공 엘리자가 바로 그런 청소부 중 한명이다. 엘리자는 농아다. 목에 생긴 상처의 원인은 정확히 모르지만 일찍이 목소리를 잃어 말을 못 한다. 하지만 그녀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