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카버 고등학교에는 곧 학생회장 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여기엔 꼭두새벽부터 선거 운동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부지런한 여학생이 있다. 모두가 밥맛이라고 하지만 그런 것엔 아랑곳하지 않고 목표를 위해서만 질주하는 트레이시.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언제나 쟁취와 성공으로만 이루어진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녀의 맹목적인 질주는 지금 이 고등학교에서 절정에 달하고 있다.
여기 아주 도덕적이고 바른생활 이미지를 가진 선생님 짐 맥카리스터가 있다. 정갈한 옷차림새와 말끔한 외모를 가진 그는 학교에서 사회가 지향하는 바른 생활의 표본 같은 존재이다.
영화는 첫장면 부터 그의 근면함이 어필되고, 그의 강의실에서는 도덕과 윤리의 차이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여준다.(사실 도덕과 윤리의 차이를 강의하는데, 도대체 뭔 소린지...)
어쨋든 짐은 학교가 기대하는 '올바름'의 결정체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첫인상과는 다르게 그의 행보는 강의실에서 하는 말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불륜에 스토킹에 선거조작까지! 결국 그의 이중성과 잘못된 판단들 때문에 그가 쌓은 바른생활 이미지가 벗겨지게 되자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상당히 코믹하게 묘사된다.
Some people say I'm an overachiever, but I think they're just jealous.
짐 맥카리스터의 기준에서 트레이시는 우등생 자격이 미달인 학생이다. 언제나 똑 부러지게 말하고 정답을 외치고 잘난척하는 이 여학생을 그냥 싫어하는게 아니다. 사실 그녀는 자신의 동료 선생과 은밀한 관계를 가졌는데 결국 그 선생만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이런 행동에 스스로 정당성을 가지고, 주변 시선엔 아랑곳없이 모범생으로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비양심적인 학생이 회장에 나간다고 하니 짐의 속이 끓어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짐의 입장에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경쟁자 없이 단독 선거를 치를 지경에 이른 상황이 되자 짐은 경쟁자를 만들어 후보로 내세운다. 그는 딱히 학교 운영에에 관심은 없지만 학교 럭비 선수여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폴 메츨러라는 학생이다.
근데 여기에 후보가 또 한 명 등장하니, 그녀는 바로 폴의 여동생이자 레즈비언인 태미이다.
이 셋은 학생회장 선거를 위해 선거활동을 하게 되는데, 영화는 네명의 주요 캐릭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대변되는 한 면을 풍자한다.
개인의 승리 밖에 모르는 철면피 트레이시와 세상 돌아가는데 관심 없는 얼빠진 폴, 이 선거판은 우리 학교에 어떤 도움도 주지 않으며 이따위 선거 놀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태미. 그리고 이 셋의 경쟁판을 지켜보는 짐 선생.
극단적인 이 네 캐릭터는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각 요소인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에서 이긴 승리자과 현실 문제에 관심없는 방관자들, 그리고 이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냉소주의자. 마지막으로 스스로 도덕적이라고 자위하며 세상을 향해 손가락질 하지만 실제론 형편없는 나 자신이다.
이 모든 상황을 감시하고 결정을 짓는 (영화에서는 투표용지를 검사하는) 짐 맥칼리스터는 혼자만의 정의실현을 위해 선거의 결과를 조작하고, 결국 적발되어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짐이 생각하는 정의란 투표를 조작해서라도 지켜야한다고 판단을 했다. 스스로를 절대선으로 여기며 본인의 결점은 잊은 채 심판을 해버린 것이다.
도덕과 윤리로 잘 포장이 되어있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손가락질 또한 진정성이 있는 건지 생각해볼 문제다. 영화는 이 양면성과 위선을 점잖은 얼굴 벌에 쏘여 반쪽이 퉁퉁 부은 짐의 모습으로 풍자한다.
영화의 마지막. 내가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성공한 트레이시의 모습을 보며 짐이 그녀가 탄 차에 콜라를 던지고 도망가는 씬이다. 스테이시는 성공한 사회인이 되었고, 짐은 여전히 그자리에 있을 뿐이다. 그리고 고작 마시던 컵을 던지고 분을 풀어본다.
The weak are always trying to sabatoge the strong.
옳고 그름을 '격렬히' 부르짓으며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욕을 하는 사람들도 스테이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그런 사람들 중에서 지도자를 뽑는 선거로 정의 구현을 할 수도 없지만, 한편으론 자칭 정의 세력들 또한 그런 욕심쟁이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걸 영화 일렉션은 이렇게 풍자적으로 비꼬고 있다. 그리고 어차피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이라면 스테이시처럼 성공이라도 해야 한다는 시니컬한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메세지는 둘째 치고,
코에 힘 팍 주고 선거에 이기려 발악하는 리즈 위더스푼의 똑 부러진 연기를 보는 재미만으로도 사실 이 영화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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