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의탄생' 이후 본격적인 스페인 역사를 알기 위해 고른 책이 바로 '유럽의 첫 번째 태양, 스페인'이다. 스페인 세비야 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세비야에서 여행가이드와 스페인어 선생으로도 활약중인 호세 안토니오 팔마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이다. 아무래도 세비야 출신의 본토 역사학자이다보니 풍성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고 고르게 되었다.
이 책은 그리스로마시대부터 이야기를 펼치는데, 로마시대와 서고트족 시대의 이베리아 반도 역사 비중이 꽤 되고, 이슬람 시대의 도래와 가톨릭 세력과의 엎치락 뒤치락 하는 전쟁의 시대를 거쳐 16세기 대항해시대에서 마무리한다.
그동안 내가 읽어온 유럽 역사의 책들이 워낙 동서유럽의 역사가 중심이 되다 보니 카르타고의 한니발 스토리 정도가 이베리아 반도의 역사 에피소드로 소개되었고 훌쩍 뛰어넘어 대항해시대에 다시 포르투갈과 스페인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졌었다. 하지만 '유럽의 첫 번째 태양, 스페인'은 딱 이베리아 반도를 중심으로만 이야기가 담겨 있고 이 곳으로 들어온 세력들이 하나씩 소개가 된다.
한편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흥미로운 점도 있지만 반대로 토막토막 에피소드를 소개하다보니 연대기적인 그림을 그리는게 쉽지 않다. 아무래도 기록으로 남은 이야기가 적어서 그런 듯 한데, 심지어 그 어려운 왕들의 족보를 설명하는 그림 한장 없다보니 인물관계 파악하는데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게다가 인물 소개를 누구의 아내의 아들의 ... 식으로 설명하다보니 읽다가 꼬인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책 초반을 넘기면 작가의 설명체에 익숙해져 읽는데 속도가 붙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 수록 아무래도 자료가 풍부하다보니 이야기들이 상세해지고 연대기적으로 알차게 구성이 되어 더 쉽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중간중간 왕족들의 사랑이야기나 비극적 로맨스가 곁들여져 있어 좋다.
이베리아 반도의 역사의 주인공을 딱 집어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민족들이 점령을 하였고 부흥과 쇠퇴를 반복했는데, 그만큼 많은 문화가 섞인 점이 후대에 큰 유산으로 남았다. 비록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기운이 넘어가는 대항해시대에 스페인은 유럽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그 기회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북유럽 국가들에게 바톤을 넘긴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른 유럽역사 이야기에서는 별로 등장하지 않는 이슬람 문명이 스페인 역사에 등장하는데 이슬람 문화의 한면을 알 수 있어서 다른 유럽 역사보다 흥미롭게 다가온다. 당시 가톨릭 문명과 비교했을때 수준이 높은면이 많았지만 최종적으로는 이베리아반도는 가톨릭 왕국의 차지가 되었다. 하지만 재미있는건 스페인 곳곳에 남은 이슬람의 유산이 가톨릭의 후손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스페인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건 단순히 안달루시아 지역 여행을 한 후 세비야와 말라가, 그라나다의 역사가 궁금하여 생긴 호기심 때문인데,, 이 책에서는 이 도시들을 배경으로 하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점이 개인적으로는 참 마음에 들었다. 어느정도 스페인의 역사를 아는 상태에서 읽는다면 훨씬 재미있게 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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