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독서/소설

기욤뮈소 브루클린의 소녀 La Fille De Brooklyn

libros y mi sueño 2020. 9. 5. 11:13

기욤뮈소의 브루클린의 소녀는 정말 표지 때문에 쳐다도 안본 케이스였다. 국내에 출간했을 때에는 그냥 로맨스 소설일 듯한 풋풋하고 몽환적인 표지였는데, 최근에 미스테리한 그림을 바뀌면서 시선을 끌게 되었다. 알고보니 외국 표지와 동일한 컨셉으로 다시 인쇄를 한 것 이다.

영화도 그렇고 책 또한 포스터(또는 표지)가 주는 첫인상이 중요하다. 국내로 들어오는 인기 외국 서적의 경우 말도 안되는 유치한 표지 때문에 소설의 메세지나 분위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기욤 뮈소의 브루클린 소녀는 거의 최악의 경우였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랑과 감동의 마에스트로 기욤 뮈소’ 라니... 진짜 이런 카피 누가 쓴거냐. 소설이 스릴러라는데 작가가 사랑 전문가라고 하면 어쩌란건지...그리고 소설을 읽어보긴 한건가.

7년후 국내 표지와 해외 표지 비교

밝은세상 출판사는 이런점에서 문제가 많다. 이 전에 '7년후'도 표지 때문에 쳐다도 안보다가 친구의 설명에 읽어보게 되면서 도대체 이 출판사에서는 표지를 왜 이따위로 만들까 하는 생각에 해외판 표지를 찾아보기도 했었다.

 

장담컨데 해외판 처럼 출간했다면 훨씬 많은 인기를 얻었으리라.

 


 

아.무.튼.

 

첫 장 부터 사랑하는 여자의 실종 사건이 벌어지면서 스퍼트를 한다. 결혼식 3주전에 사라진 여자라... 바로 일본원작의 그 영화. '화차'가 떠올랐다. 심지어 영화와 비슷한 캐릭터들로 구성이 되는데, 특히 전직 경찰인 지인이 등장하여 사건을 푸는데 조력하는 것이 딱 그렇다.

이 소설은 시작부터 끝까지 빠른 전개로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만든다. (여행가는 비행기 안에서 두시간만에 거의 다 읽었다.) 사건은 처음 생각한 것보다 스케일이 커지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을 많이 쏟아낸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캐릭터들까지 등장하며 처음 생각한 예측에서 많이 벗어나는 행보를 보인다.

희대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신분을 바꾼 그녀, 거물급 정치인, 그리고 그들과 엮인 많은 희생자들. 이야기는 많은 힌트를 던지면서도 쉽게 풀지 못하게 장치를 많이 두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배경이 점점 확대되면서 국가적 차원의 스케일이 될 때에는 살짝 피로한 감도 생기게 된다. 선물 상자 포장지를 뜯고 상자를 여는데 계속해서 상자만 나올 때 처음에는 신기하다가도 곧 지쳐버리는 꼴이다.

소설의 막판이 되었을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꼬인 이야기의 결말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서 였다. 이야기에 빠져들었다기보단 빨리 숙제를 끝내고 싶은 그런 마음.

브루클린 소녀의 이야기 전개는 소설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활자만의 디테일한 매력을 살리진 못했고, 대신 파리와 미국을 오가는 배경 속에서 충격적인 결말을 담은 정치 스릴러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반전이 허망한 그런 영화.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를 모두 안아줄수 있는가 라는 첫 메세지는 쉽게 증발해버렸고 실종사건의 배경이 거대해지는 것이 감당이 안되는 수준이었다.

산뜻하게 서스펜스로 시동을 걸었지만 캐릭터가 디테일하지 않고 욕심을 부린 반전 때문에 아쉽지만 한번 읽고 잊혀질 소설이 되었다.

'스릴러의 진리는 역시 '요 네스뵈'의 작품 뿐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