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읽은 후의 느낌은 간단한 몇마디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영화로도 곧 만들어질 예정이라는데, 수많은 SF소설과 영화들 중에서 단 몇편만이(예를 들어 ET, 쥬라기공원, 스타워즈, 매트릭스 같은 작품들) 그 시대를 통틀어 대표할만한 획기적인 사건이 된 것을 생각해 볼 때,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드.디.어. 이런 작품들과 비견될, 큰 사건이 될 것 같은 그런 작품이라 생각한다.
영화 '마션'의 원작자인 SF소설가 앤디 위어는 '프로젝트 헤일메리'까지 총 세편의 SF작품을 선보였다.
난 '마션'을 처음 영화로 접하면서 S F영화에 이렇게 멋지게 리얼리티를 부여한 작품이 또 있을까 생각을 하면서 원작자를 찾아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는 물리학자인 아버지와 전기기술자인 어머니를 가진 과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의 흥미로운 공상과학 이야기는 과학적인 현상을 자세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고 또 이야기 전개에 참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그래서 SF소설이 마치 현실의 이야기인냥 이질감 전혀 없이 쉽게 빠져들게 만든다.
홀로 깨어난 이곳은 어디? 우주선이라고?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마션'과 '아르테미스' 다음에 나온 작품으로, 이야기는 태양에너지를 갉아먹는 미지의 세포 때문에 지구도 위기에 처하게 되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보내진 과학자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아무 기억을 못한 채 눈을 뜬 한 남자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본능적인 과학적 지식으로 쉽게 파악하게 된다.
여기가 지구가 아니라는걸, 중력이 1.5G나 된다는걸, 심지어 원심분리기에 의해 돌아가는 거대한 우주선 안에 있다는 것을 어쩜 그렇게 명료하게 깨닫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아니 근데 밑도 끝도 없이 우주선 안이라니!
이야기는 시작부터 난제를 마구 던지는데 주인공은 끙끙대면서도 잘도 해결한다. 수면상태로 13년을 보낸 주인공이 깨어난 곳은 스스로 깨달은대로 우주선 안이고, 동료 두명은 이미 죽은 상태이다. 우주에서 혼자, 자동주행으로 어디론가 향하는 중이란다. 정말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려고 하는지...
하지만 이 소설은 시작부터 앤디 위어가 자신의 주특기를 마구 휘두르며 아주 자신만만하게 우리를 낯선 우주의 세계로 바로 끌어들인다.
우린 답을 찾으러 타우세티 행성으로 가야한다
소설은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과 점점 기억을 되찾으며 회상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교차시킨다. 주인공이 기억을 되찾는 단계에 맞춰 독자도 하나씩 이야기의 단서를 찾을 수 있게 했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과학적 명제를 뒤엎는 주장을 펼치다 과학계에서 퇴출된 학자로 이 후 과학선생님으로 지낸다. 한편, 태양에서 금성까지 이어지는 붉은 띠가 관측되고, 어마어마한 양의 태양에너지를 저장하는 이 세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그레이스 선생이 강제 초빙이 된다.
곧 태양에너지를 먹으며 이동하는 미지의 세포로 밝혀지는데, 아스트로파지라고 이름을 얻게 된 이 붉은 띠는 태양에너지를 너무 빨리 흡수하고 있어 지구는 곧 얼음덩어리로 변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관측결과 타우세티 행성만은 아스트로파지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 에너지를 뺏기지 않는것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여기 타우세티 행성에 있을 것이다!
결국 아스트로파지를 제거하기 위해 해답이 있는 곳으로 우주선을 쏘아올렸다. 그리고 탑승한 과학자들은 수면상태로 그렇게 13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구를 구해야하는데... 근데 저 외계인은 뭐지!?
그레이스는 자신이 어떻게 해서 이곳까지 오게 된건지 차츰 기억을 찾게 되면서 본인에게 부여된 미션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어지럽게 쏟아진 퍼즐을 하나씩 주워 맞추면 대충 그림이 파악되듯이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이야기가 그려지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이야기는 갑자기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지구처럼 위기에 처한 어떤 행성에서 외계 우주선이 똑같이 해답을 찾으러 타우세티 행성으로 온 것이다. 지구의 마지막 희망인 그레이스와 어떤 행성의 마지막 희망인 외계인은 이렇게 뜬금없이 조우하게 된다.
이야기가 기발하고 흥미로은건 이 둘은 각각 행성을 대표하는 과학자이자 과학지식을 갖춘 외계인이라 할 수 있는데, 서로 소통을 하기 위해 엄청 애를 쓴다는 것이다.
그레이스는 지구로부터 12광년 떨어진 곳에 혼자 있었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외로움의 끝을 훨씬 넘어버린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외계인을 붙잡고 인사라도 하고 싶은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겠지.
앤디 위어의 이야기는 계속 이런식이다.
우주선에서 깨어날 때부터 외계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까지, 12광년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전혀 황당하지 않다. 오히려 가슴이 뛸 정도로 흥분되게 만들어냈다. 영화 '컨택트'처럼 진중하진 않지만 그럴싸한 논리로 결국 이 둘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고, 공동의 과제를 풀기 위해 서로 가진 지식을 최대한 발휘한다.
외계인과의 우정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
이 둘의 만남과 협력에 함께 기뻐하고 응원하게 된다는게 나로선 참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런 이야기에 내가 이렇게 흥분하다니!
기괴한 모습의 외계인 로키(로키는 그레이스가 외계생명체에게 지어준 이름이다)와의 팀웍에 함께 울고 웃다니...
고작 유치한 외계인 우정이야긴데!
눈물이 또르르...
이건 마치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어떤 한계를 기발한 아이디어로 쉽게 넘어버리는 재기발랄한 쇼를 보는 느낌이었다.
테슬라가 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있는 21세기에 우주에 홀로 남은 과학자와 외계인의 유치한 우정 이야기라니.
내게 죽어 사라진 줄 알았던 ET의 감수성이 이렇게 넘쳐 흐를 줄 몰랐다.
언젠가 ET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꿈을 다시 꾸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게 독자에게 먹힐 수 있었던 이유는 너무나 명확한 것 같다.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진 독자의 눈높이를 앤디 위어의 전매특허급 리얼리즘SF스타일로 커버하면서 황당함과 유치함을 쏙 빼니, 남는건 미지의 곳에서 펼쳐지는 감동의 생존기인 것이다.
작가 앤디위어는 '화성에서 살기'를 멋지게 해내더니 이번에도 결국 과학선생님과 외계인의 은하계 구하기를 완벽하게 해낸 것이다.
결국 '프로젝트헤일메리'는 우리가 잊고 있던, 언젠가 ET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꿈을 다시 꾸게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내가 방금 시대를 대표할 걸작 SF소설을 읽었구나.'
영화로 제작중...... 기대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영화로 나온다고 한다.
인간과 외계생명체가 힘을 합쳐 자신의 고향별을 구하는 이야기가 얼마나 멋지게 그려질지, 외계생명체가 어떤 비주얼로 묘사될지, 과연 그레이스는 소설의 엔딩처럼 될지 아니면 또다른 결말을 선보일지 너무너무 궁금하게 되었다.
어서 영화로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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